사랑의 스튜디오, 피치스와 레이디가가

두어 달 전, 배우 겸 뮤지션인 주이 디샤넬을 좋아하는 친구 하나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녀가 딴 놈에게 시집갔다고 했다. 녀석의 경쟁자는 무려 데스 캡 포 큐티의 벤 기버드. 꽃미남보다 더 부러운 게 능력남이니 어쩌겠나,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아니면 해탈의 마음으로 남녀로 스펙 변경된 새로운 프로젝트 밴드 포스탈 서비스(Postal Service)를 기대하거나.
바네사 빠라디와 레니 크라비츠의 열애가 만들어 낸 ‘Natural High’의 강력한 텐션처럼, 뮤지션들의 화학적 결합은 근사한 음악으로 전환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디록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아기네스 딘일 것이다. 스트록스의 알버트, 패딩턴즈의 조시, 레스컬스의 마일스 등 아기네스의 남자친구 리스트 올라 있는 뮤지션들이 그녀의 펑키함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임은 두말 할 나위 없기 때문. 아기네스의 영향력은 록 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올 초 발매된 프로듀서 겸 DJ인 레리 티(Larry Tee)의 전격 하드코어 앨범 [Club Badd]에는 유일하게 나긋나긋한 노래가 하나가 있는데, 제목부터 벌써 ‘Agyness Deyn’이다. 지겨운 모델일 말고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하는 아기네스, 이참에 레리 티의 순정을 받아들여 일렉트로닉 뮤즈로 거듭나보는 건 어떨까. 내친김에 제법 어울리는 커플을 더 찾아보자. 캘빈 헤리스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 친구보다 농익은 카일리 미노그와 팔짱을 꼈을 때 더 배짱 넘칠 것 같고, 폭력에 약물에 성형 중독까지 막장의 스텝의 밟아가고 있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겐 세상의 모든 풍파 끝에 이제는 레전드로 거듭난 에릭 클랩튼 정도는 되어야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을 듯하다.
기괴함에서는 캐나다의 일렉트로닉 여걸 피치스(Peaches)와 레이디가가의 조합이 최강이다. 피치스는 여자 뮤지션들이 파격적 변신을 시도할 때 마다 늘 거론될 만큼 섹슈얼리티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인물되시겠다. 하드하게 몰아붙이는 비트 위에 적나라한 가사와 노골적인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하는 그녀의 공연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등장하는데 사람 크기만한 페니스 모형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 한다. 또한 피치스가 5년 전쯤 시도했으나 너무 세서 씨알도 안 먹혔던 것을 팝 적으로 다듬어 엄청나게 흥행시키고 있는 이가 레이디 가가 아니겠는가. 신체 주요 부위에 LED를 점멸시키며 관객을 경악시키는 피치스에 비하면 왕 리본 머리에 달고 가슴이나 슬쩍 보여주는 레이디가가는 심지어 포쉬해보일 정도다. 추임새마다 F**K이 빠지지 않는 피치스와 상대방의 전염병마저 갖고 싶다는 레이디가가, 만약 이 독한 여자 둘이 한 무대에 오른다면? 이건 상상조차 19금이다. 참, 이들 공연의 오프닝 무대로는 필시 시저 시스터즈(Scissor Sisters)가 올라야 하겠다. 왜인지 궁금하다면 시저 시스터즈의 뜻을 검색해보시길.
NYLON_JAN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