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갔다.
정신차리고 보면 야금야금 속절없이 가버리고 마는 봄날, 봄의 초입에서 나는 스물 몇 살에 봤던 이 영화를 다시 봤다. 그 때는 영화 끝나면 라면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관을 나서서 정말 라면을 먹었고, 서른 두 살이 된 지금도 무지하게 라면이 먹고 싶다. 그 때랑 지금이랑 같고도 다른 라면.
때리면 울고 얼르면 웃고, 그 반응이 너무 정직해서 안그래도 재미없는 그 남자의, 가족에게 인사드리러 가자는 말에, 여자 정색을 하며 “상우씨 나 김치 못담궈.”라고까지 말해도 못 알아듣는 그 순진함이 갑갑하고 부담스러웁다. 그리고 그 명백한 거절의 말에도 “내가 김치 잘 담그니까 괜찮아”로 대꾸할 수 밖에 없는 남자. 자존심이야 뭉게지든 어찌되든, 내 하고픈 말 다 해버리면 후회는 없을 것 같으니까 일단 지르고 보는 건데. 그 사람은 나를 눈치없고 순진해서 부담스럽덴다. 그렇게 나는 영화를 보며 은수와 상우를 번갈아 오갔다.
그리고 연휴 끝자락에 라면을 하나 삶아 먹고 나서, 필요 이상으로 뭔가를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한껏 살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워보는 관계의 치트키 몇 개를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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